
2025년 현재, 전 세계 로봇 산업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기술력의 상징이자 제조업의 심장이던 유럽의 로봇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자본에 인수되며 산업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까지 극찬했던 유럽의 대표 로봇 기업들이 하나둘씩 중국 품에 안기며, ‘기술 주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이 100년 넘게 축적한 로봇공학과 정밀 엔지니어링 기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 유럽의 자존심, 중국 기업에 연이어 매각되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인수는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맥스비전’의 프랑스 로봇기업 알데바란(Aldebaran) 인수입니다. 알데바란은 2005년 설립돼 유럽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 중 하나로, ‘나오(Nao)’와 ‘페퍼(Pepper)’라는 이족보행 및 감정표현 로봇을 통해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한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미래”라며 극찬했던 이 기업이, 재정난 끝에 결국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입니다.
맥스비전은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국 내 ‘1가구 1로봇’ 정책에 본격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한 인수에 그치지 않고, 알데바란의 고정밀 운동 제어 기술과 감정 상호작용 시스템을 접목시켜, 돌봄·교육·보안·상업 서비스 등 전방위 산업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 쿠카부터 알데바란까지…‘로봇 기술 수확’ 나선 중국
이 사례는 시작일 뿐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4년간 무려 13개의 유럽 및 미국 로봇 기업에 투자하거나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일 쿠카(KUKA):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기업. 2017년 중국 마이디어(Midea)가 44억 유로에 인수.
- 독일 클루스(Cloos): 세계 최초 용접 로봇 개발사. 중국 이스툰(Estun)이 지분 100% 확보.
- 영국 트리오모션: 정밀 제어장치 제조사.
- 미국 바렛테크놀로지: 소형 서보모터 제조.
- 독일 MAI: 생산 자동화 설비 전문.
이처럼 전방위적 인수는 단순히 ‘기술 구매’가 아닌, 세계 로봇 기술의 축적된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입니다. 그 중심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이 있습니다.
🇨🇳 로봇굴기 전략, ‘레드테크’로 진화 중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로봇산업을 핵심 전략 분야로 지정했고, 최근에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과 ‘로봇 응용 행동방안(2023)’을 발표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술 축적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놀랍습니다.
- 중국의 산업용 로봇 점유율: 2012년 14% → 2022년 52.5%
- 산업용 로봇 국산화 비율: 2018년 27.3% → 2023년 47.2%
즉, 세계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봇 굴기’가 실체를 갖기 시작한 것이죠.
⚙ 유럽, 기술은 앞섰지만 상용화에 실패
문제는 유럽 기업들이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상용화 장벽 앞에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알데바란의 경우, 페퍼와 나오 같은 로봇은 감정 표현이나 움직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산업 현장에 실제 투입하기에는 안정성과 유지비용, 법적 리스크 등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내수 시장과 강력한 정부 주도 아래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알데바란을 인수한 맥스비전은 자사의 기존 로봇 솔루션에 알데바란의 기술을 더해 돌봄로봇, 상업서비스로봇, 군경 보안로봇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 EU도 인지…“중국의 하청기지 전락 우려”
EU 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 산업 중심지들이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MERICS)는 “2024년 중국의 유럽 내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47% 증가해 100억 유로에 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상, 유럽의 기술과 브랜드가 중국의 시장력과 자본력에 휩쓸리는 구도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나
한국은 어떨까요?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로봇 부품 국산화율은 20% 이하로, 중국(47.2%)에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정부는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상용화 가능성과 글로벌 연계를 고려한 산업 전략이 시급합니다.
📌 마무리: 기술의 주권, 자본의 힘 앞에서
알데바란과 쿠카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니라, 산업 주도권의 이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유럽은 기술을 가졌지만 시장과 자본의 힘 앞에 무력했고, 중국은 기술을 사들이며 새로운 기술제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로봇산업은 단순히 공장 자동화 수준을 넘어서, 앞으로 국가 안보, 복지, 의료, 국방과 직결되는 차세대 산업입니다. 자본만으로는 혁신을 살 수 없지만, 기술만으로도 미래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기술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사냥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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